(사진출처: THE ASIAN)
“회사에 출근하는 대신, 태국 치앙마이에서 커피를 마시며 일을 시작했어요. 오후엔 해변에서 화상회의를 진행했고요.”
IT 개발자 김지훈(34) 씨는 1년 전, 안정적인 회사를 퇴사하고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선택했습니다. 그가 선택한 일터는 고정된 사무실이 아닌 전 세계였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노트북 한 대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많은 이들이 ‘여행하며 일하는 삶’을 꿈꾸고 이를 실제로 실현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화면 속 자유롭고 낭만적인 장면 뒤에는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적인 과제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디지털 노마드란 무엇일까요?
디지털 노마드는 정보통신기술(IT)을 활용해 특정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원격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디지털(Digital)’과 ‘노마드(Nomad, 유목민)’의 합성어인 이 개념은,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다면 전 세계 어디든 사무실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노동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가 보편화되며 이 같은 라이프스타일은 더욱 주목받고 있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일하고자 하는 이들 사이에서 하나의 흐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의 유형
디지털 노마드는 일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뉩니다. 자신의 직업 특성과 생활 스타일에 맞는 유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프리랜서형
디자이너, 영상 편집자, 개발자, 번역가, 작가 등 전문 기술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경우입니다. 시간적 자유는 있지만 수입의 불안정성은 감수해야 합니다.
원격근무 정규직형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만 전면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장에 다니는 유형입니다. 정기적인 급여로 안정성이 있으나, 회의나 업무 시간에 맞춘 일정 관리가 필요합니다.
온라인 사업형
이커머스, 온라인 강의, 유료 콘텐츠 구독 서비스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유형입니다. 초반에는 많은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지만, 시스템이 안정되면 높은 수익과 자유를 동시에 누릴 수 있습니다.
투자·조기 은퇴형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등의 수익이나 파이어족(FIRE) 형태의 자산을 기반으로 생활하는 경우입니다. 경제적 자유를 바탕으로 진정한 시간의 여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의 장점
디지털 노마드가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장점들 때문입니다.
- 장소와 시간의 자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할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카페든 해변이든 자신이 원하는 환경에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 다양한 문화 체험: 한 나라에 머물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살아보며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접할 수 있습니다.
- 생활비 절감 가능성: 발리, 포르투갈, 베트남, 조지아 등은 물가가 저렴하면서도 디지털 노마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장기 체류 시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자기 주도적인 삶: 출퇴근 스트레스와 회사 문화에서 오는 피로감을 덜고, 자신만의 리듬으로 일과 휴식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의 단점
자유롭고 유연한 삶 뒤에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합니다.
- 외로움과 소속감 부족: 혼자 일하고 이동하다 보면 사회적 관계가 줄어 외로움을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참여나 네트워킹이 중요합니다.
- 수입의 불안정성: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는 수입이 고르지 않아 재무 관리 능력이 필요합니다.
- 비자·세금 문제: 장기 체류 시 각국의 비자 요건, 체류 기간, 이중과세 등 복잡한 행정 문제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 의료 및 보험 문제: 해외에서 병원 이용이 어렵거나 보험 보장이 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국제 건강보험 등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업무 집중도 유지 어려움: 새로운 환경은 자극적이지만, 때로는 산만함을 유발해 업무 집중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를 준비할 때 알아야 할 것들

디지털 노마드 비자 확인
2025년 기준, 포르투갈, 태국,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등 약 69개국이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비자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가마다 조건이 다르니 사전 확인은 필수입니다.
인터넷 환경 조사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은 필수입니다. 현지의 인터넷 속도, 코워킹 스페이스 여부 등을 미리 알아두세요.
숙소 및 생활비 정보 파악
장기 체류에 적합한 숙소 예약과 함께 월세, 식비, 교통비 등의 생활비도 미리 계산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세금 및 재정 계획
국외 소득, 환율 변동, 납세 의무 등을 고려한 체계적인 재정 계획이 필요합니다. 가능하다면 세무 전문가의 상담도 고려해보세요.
보험 및 의료 준비
국제 건강보험 가입, 현지 의료 시스템 정보 등을 미리 확보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커뮤니티 활용
글로벌 디지털 노마드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와 코워킹 공간을 통해 정보 공유와 사회적 연결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의 미래
디지털 노마드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점점 확대되는 새로운 노동 형태입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약 4천만 명이 디지털 노마드로 활동 중이며, 이 중 약 1,810만 명은 미국 국적입니다. 이 수치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는 디지털 노마드 유치를 위한 비자 정책과 도시 기반 시설을 확충 중이며, 글로벌 기업들도 원격근무에 더욱 유연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일’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환경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노마드를 선택해야 할까요?
디지털 노마드는 단순히 ‘여행하며 일하는 삶’이 아니라, 자율성과 책임을 동시에 감수해야 하는 자기주도적인 삶의 방식입니다. 무엇보다 “나는 왜 디지털 노마드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 필요합니다.
경제적 준비, 정신적인 안정, 일의 지속 가능성 등 여러 요소를 충분히 고려한 뒤, 자신의 삶에 진정한 만족을 줄 수 있는 길인지 신중히 고민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디지털 노마드는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는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재설계하는 시도’에 더 가깝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어울리는 길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겐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혹시 지금, 출근 없는 삶을 꿈꾸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 그 해답이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