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비즈니스포스트)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글로벌 무역 질서에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보호무역주의의 흐름이 다시 부상했고,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한층 강화된 형태로 재등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에도 관세 정책을 통해 중국과 유럽을 압박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집권 한 달 만에 강도 높은 관세 조치를 단행하면서 국제사회가 다시금 긴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보호무역주의의 귀환: ‘해방의 날’과 145% 관세
2025년 4월 2일, 트럼프 행정부는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을 선언하고, 4월 5일부터 모든 수입품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가 적용됐습니다. 특히 특정 중국산 제품에는 기존 20%에 최대 125%가 더해져, 총 14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고 있습니다.
이 조치는 철강, 알루미늄, 반도체, 자동차 등 전략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며, 미국 산업 보호를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무역 질서의 신호탄으로 평가됩니다.
반도체 산업: 압박과 기회 사이
반도체는 기술 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산업입니다. 이번 미국의 관세 정책은 중국산 반도체 수입을 제한하고,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려는 명확한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 약 250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라인을 확장하고 있고,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폴리스에 연구개발 및 후공정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 관세를 피하고, 현지 수요에도 민첩하게 대응하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 내 인건비 상승, 숙련 인력 부족, 인프라 한계 등은 생산성 저하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한국 반도체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의 교역 축소도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한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중국 수출을 줄이고 미국 생산을 확대한다고 해도, 공급망 리스크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세안 등 제3국에서의 우회 조립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자동차 산업: 조건부 완화 속 부담 지속… 현대차 미국에 31조 투자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특히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현대차와 기아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2025년 4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부품 비율이 85% 이상인 차량에 대해 일부 관세를 면제하거나 환급하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또, 미국 내에서 조립된 차량에 한해서는 최대 15%의 관세 크레딧을 제공하는 보완 조치도 함께 시행됐습니다. 다만, 이는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적용되는 제한적인 혜택입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조지아주와 앨라배마주 공장에 8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전기차 생산라인을 확대 중입니다. 그러나 국내 부품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미국 시장 진입 장벽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미국산 부품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품목이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관세 부담은 차량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포드는 약 15억 달러의 손실을 예상하며 수익 전망을 철회했고, GM도 최대 50억 달러의 비용 증가를 경고하며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반응: 고조되는 갈등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일방적인 무역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며, 디지털세와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연계해 보복 관세를 논의 중입니다. 일본은 미국과의 기술 및 방위산업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중국은 일부 미국산 제품에 최대 1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미국의 조치가 다자간 무역 규범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고, 이 사안은 G20 무역장관 회의에서도 공식 의제로 논의될 예정입니다.
미국 내 분위기: 산업계와 소비자의 엇갈린 시선
미국 내 산업계는 정부의 무역 정책에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포드와 GM은 예측 가능한 무역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단기 이익보다 신뢰 기반의 정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정책의 조율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소비자 단체는 관세가 최종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미국 조세재단(Tax Foundation)은 이번 관세로 인해 가구당 평균 1,243달러의 추가 부담이 발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가전제품, 차량, 전자기기, 식료품 등 다양한 품목에서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응: 다자외교와 수출 다변화 병행
한국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를 중심으로 미국과의 고위급 통상 협의를 준비하고 있으며, 오는 10월 예정된 한미 통상장관 회담에서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한 관세 예외를 공식 요청할 예정입니다. 한미 FTA 내 특혜 조항 재검토와 추가 양자 협정 논의도 검토 중입니다.
기업들 또한 대응에 나섰습니다. 미국 내 생산 확대뿐만 아니라 유럽, 동남아, 인도 등으로의 수출 다변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수출 바우처, 관세 환급, 현지 법인 설립 지원 등 다양한 제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미국 진출이 어려운 기업은 멕시코, 베트남 등 우회 수출이 가능한 제3국 생산기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금융시장과 소비자에게까지 확산된 영향
관세 정책의 여파는 금융시장과 소비자의 일상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의 주가는 관세 발표 직후 2~3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 내 차량 가격 상승으로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은 약화됐지만, 반대로 한국산 중고차 수출은 증가하는 이례적인 흐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에선 미국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아시아 지역과의 기술 협력 논의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 관세 정책은 유동적
관세 정책의 향방은 향후 정치 일정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6년 중간선거와 2028년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될 경우 일부 관세는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조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 단기와 중장기 전략이 모두 필요한 시점입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관세 회피 및 예외 협상을 병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지 다변화, 고부가가치 수출 구조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마무리
2025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보호무역주의 회귀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은 치밀한 분석과 빠른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지금, 산업계와 투자자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을 주시하며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입니다.